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
1. 甲女는 2001년 정당에서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던 乙男과 결혼한 뒤 개인과외 등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고, 남편의 활동비와 선거자금 등을 위하여 금융권 및 지인들에게 거액의 빚을 졌다.
2. 2006년경 甲은 외출후 일찍 집에 돌아왔다가 업무상 같이 살게 된 자신의 학교 후배와 乙과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게 되어 이에 충격을 받고 이혼을 생각했으나, 친정어머니의 설득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3. 이후 甲은 乙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고시비용도 지원했으나, 乙은 甲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비난하고 외도를 정당화하는 말을 해 甲에게 상처를 주었다.
4. 乙이 甲에게 재시험을 위한 추가적인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으나 甲이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甲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5. 이에 甲도 이혼청구의 반소와 함께 “결혼생활 동안 생활비뿐만 아니라 乙의 결혼 전 생활비와 빚까지 대신 지급했으므로 2억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을 청구하였다.
6. 甲은 1억 8천 5백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빚이 3억3천만원에 달하였다. 그런다 甲 명의의 빚은 부부생활을 하면서 생활비와 남편의 정치활동비용 등으로 부담하게 된 것들이었다. 乙의 순재산은 220만원(보험해약금 570만원 - 은행대출금 330만원)이었다.
7. 1심과 2심은 이혼과 함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乙에게 5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으나, 甲의 재산분할청구에 대해서는 “甲과 乙의 재산총액 1억 9천여만원에서 甲과 乙의 채무총액 3억 3천만원을 빼면 남는 금액이 없다”는 이유로 甲의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했다.
8. 甲은 이혼 후에도 부부공동생활을 위해서 진 빚을 혼자 떠안게 되는 반면, 乙은 전혀 빚을 부담하지 않게 되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적극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에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상고를 제기했다.
Ⅰ. 쟁점의 정리
(1) 재산분할제도의 법적 성질은 무엇인가?
(2) 재산분할의 대상은 무엇인가?
(3)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가?
Ⅱ. 재산분할제도의 의의
1. 법적 근거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한다(제839조의2제1항 및 제2항)
2. 재산분할제도의 취지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는 민법상 부부별산제를 보완하여,이혼시에는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Ⅲ. 재산분할의 대상
1. 문제의 소재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소극재산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문제된다.
2. 학설
(1) 부정설(이상훈, 김소영)
(가) 현행민법의 부부별산제하에서는 부부 공동의 재산관계 청산이라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생활 중에 형성된 부부 공동의 재산관계 전체의 청산을 요구할 권리가 아니라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으로부터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 중 일부를 분할받을 권리를 말한다.
(나) 그러므로 재산분할청구권은 상대방 명의로 되어있는 재산이 존재하고 그 재산이 혼인생활 중에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되었을 것을 필수불가결한 전제로 한다.
(다) 채권자가 존재하는 채무를 부부 사이의 합의나 법원의 재산분할심판만으로 청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실효성이 없으며,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파생된다. 더구나 남편이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지게 된 빚을 아내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 따라서 부부의 채무액이 총 재산가액을 초과하여 혼인생활 중에 형성된 공동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할 수 없다.
(마) 사안의 경우 甲과 乙의 채무 총액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므로 재산분할은 허용될 수 없다.
(2) 긍정설(대법원 다수의견)
(가) 민법은 분할대상인 재산을 적극재산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
(나) 그러므로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와 실질적 공평의 원칙상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채무의 성질,채권자와의 관계,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그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다) 다만 재산분할은 재산관계청산뿐 아니라 이혼후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채무부담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분담여부 및 분담방법 등을 정해야 하는 것이며, 일률적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 사안의 경우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甲의 채무를 乙에게 분담시킬 수 있으며, 분담비율 및 분담방법 등은 사실심에서 정한다.
(3) 순재산설(고영한, 김신)
(가) 우리 민법상 재산분할제도는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에게 그의 명의로 적극재산이 남아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적극재산이 전혀 남아 있지 아니하여 소극재산인 채무 자체의 분담을 정하는 형태의 재산분할은 이를 예정하고 있지 않다.
(나) 재산분할 청구인에게 순재산이 없고 상대방에게만 순재산이 있는 경우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청구인은 아무런 재산분할을 받지 못하고 채무만을 분담하게 되는 반면,상대방은 이혼 후에도 그 명의의 순재산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어 현저히 공평에 반한다.
(다) 민법 제839조의2에서의 ‘재산’의 개념에는 상대방 명의로 남아있는 순재산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산의 대상이 되는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남는 금액이 없더라도 재산분할청구의 상대방 명의로 순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 그 가액을 한도로 재산분할이 가능하나 그 이외에는 재산분할을 허용할 수 없다.
(라) 사안의 경우 乙의 순재산인 220만 원을 한도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다.
(4) 적극재산한도 긍정설(김용덕)
(가) 재산분할은 상대방에게 적극재산이 있는 경우에 적극재산에 대한 분할을 구하는 제도이므로, 적극재산이 없고 채무밖에 없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
(다) 순재산설은 재산분할 청구인에게 상당히 큰 가액의 순 소극재산만 있는 반면 상대방에게는 상당히 큰 가액의 적극재산이 있으면서도 소극재산이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경우에 항상 재산분할 청구를 부정하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
(라) 상대방이 적극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유만으로 재산분할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 청구 자체는 가능하고, 소극재산과 관련된 사항을 반영하여 재산분할에 관하여 판단해야 한다.
(마) 사안의 경우 乙의 적극재산인 570만원을 한도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다.
3. 판례 : 긍정설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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