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결문에 판사의 날인이 없으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벌금 100만원의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17514 판결)


법관의 서명·날인이 재판서의 성립요건이므로, 서명·날인이 누락된 재판서는 재판서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판결은 전에도 몇 차례 있긴 했다.


* 대법원 1964. 4. 12. 선고 63도321 판결.

판결문에 재판장의 서명날인이 없고 판결이유란에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별첨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과 같다”는 기재만 있고 공소장이 첨부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판결문이 적법하게 성립된 것도 아니고 피고인에 대하여 특정의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도 없다.


* 대법원 1990. 2. 27. 선고 90도145 판결

판결문에 재판장의 서명날인은 없고 관여법관 2인의 서명날인만 되어 있는데, 서명날이 누락이유도 부기되어 있지 않다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으로서 파기사유가 된다.


물론, 정확하게 절차를 지키는 것은 바람직하긴 한데, 관여법관이 실체적 심리를 마쳤음에도 실수로 판결문에 날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파기환송하여 또다시 공판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문자 그대로 '판결'에 영향을 미쳐야 법률 위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명날인이 없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의문이다.

사법부가 대통령에게 휘둘리던 6~90년대에는 재판서에 법관의 서명날인이 있느냐 여부가 매우 의미있는 요건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지금 시대가 그런 시대도 아니고, 환송심에 내려갔다가 다시 상고심으로 올라와야 하는 공판절차가 피고인에게 무슨 이익이 있나 싶다. 어차피 파기환송되어도 결국 재판장의 서명날인만 보강한 채로 똑같은 판결이 나올텐데, 과연 이런 절차의 반복이 합리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서명날인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된 것인데, 환송심에서 실체적 심리를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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