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명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 번역자 : 김남주(번역가)

* 출판사 : 황금가지, 2006년 1판 17쇄.

* 독서기간 : 2015. 5. 15. ~ 2015. 6. 11.





거의 20년만에 다시 읽은 소설이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역시 재밌다.


중학생 2학년때 사회과목 선생님이 수업시작하기 전에 10분씩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바로 이 소설이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이야기를 재밌게 하시는지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로부터 거의 3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그 선생님의 성함과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 내 기억으론 27~8살 정도의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키가 작고 약간 새침한 성격에 귀엽게 생긴 분이셨다.


황금가지판은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과 공식출판계약을 맺었다는 판본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원래 Ten Little Niggers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었다가, 미국에서 And Then There Were None으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했다고 한다. 더불어 섬의 이름도 Indian island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Nigger라는 단어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인 듯하다.

이 책에서는 '병정섬'으로 번역했고, 그에 따라 인디언 인형이 아니라 병정인형으로 바뀌었는데, 어떤 이유로 이렇게 번역했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갖는 건 정작 번역자께서 과연 이 책의 원서를 직접 읽어보고 번역을 했는지 여부이다.


【원서】 제1장 Ⅷ

He glanced over at the corner and the slumbering man.

"Had one over the eight." diagnosed Mr. Blore accurately.


【번역본】

그리고 구석의 잠든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 아홉 명 중의 하나겠군」

블로어는 단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문제점】

ⓐ "have one over the eight"는 영국에서 사용하는 속어인데, '술 취하다'라는 표현이다. 영국에서는 맥주 8파인트를 기준으로 평균적 일반인의 과음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는데(1파인트는 대략 0.5리터), 거기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 위 장면은 블로어가 열차 안에서 수첩에 적힌 9명의 명단을 살펴보고 난 후 구석에서 잠든 노인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그 노인은 이 소설에서의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diagnose(진단하다, 분석하다)라는 동사와 accurately(정확하게)를 사용한 것만 봐도 술 취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황금가지판도 해적판인 해문출판사 판본의 엉터리 번역을 아주아주 많이 참고해서(?) 출판한 게 아닌가 싶다. 해문출판사판본도 저렇게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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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하워즈 엔드

* 지은이 : E.M. 포스터

* 번역자 : 고정아(번역가)

* 출판사 : 열린책들, 2010년 세계문학판 1쇄

* 독서기간 : 2015. 4. 24. ~ 2015. 5. 15.





포스터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지만, 나는 별로였다. 사실 이야기 자체도 다소 진부한 내용이고, 우연성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평면적이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자칫 뻔한 소리와 표현들이 난무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인간의 위선과 허영심, 원초적인 욕망을 날카롭지만 혐오스럽지 않게 도려내는 작가의 글솜씨는 격찬받을 만하다.

내가 별로라고 느낀 것은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번역이 원문의 표현력을 문학성 있게 구현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의 배경은 영국이고 지은이도 영국인이지만, 읽는 사람은 한국인이므로 번역자가 좀 더 맛깔스럽게 번역하는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번역자는 '~한 법이다'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17쪽. 

애정은 열정보다 입이 무겁고 표현도 조심스러운 법이다.

The affections are more reticent than the passions, and their expression more subtle.


37쪽. 

"한때 지나가는 감정"이라 말하면서, 그것이 지나가기 전에는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쉽게 잊는다. 

It is so easy to talk of “passing emotion,” and to forget how vivid the emotion was ere it passed.


90쪽.

때로는 무례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무 필요없이 무례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At times it is necessary, but woe to those who employ it without due need.


141쪽

인생은 진실로 버거운 대상이지만, 그 본질은 전투가 아니다. 인생이 버거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이기 때문이고, 그 본질은 낭만적 아름다움이다.

It is indeed unmanageable, but the essence of it is not a battle. It is unmanageable because it is a romance, and its essence is romantic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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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지은이 : 루이스 스티븐슨

* 번역자 : 조영학(번역가)

* 출판사 : 열린책들, 2011.

* 독서기간 : 2015. 4. 3.~ 2015. 4. 14.




어린 시절부터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주체로 한 만화영화를 많이 보아 왔고, 또 재밌게 봤던 기억과는 달리, 원작은 예상외로 지루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훤하다.

작품의 주제 의식만큼은 인정할만하지만, 진중한 주제에 비해 비중있는 사건이 많은 편이 아닌데다, 100여쪽도 안되는 분량을 봤을 때, 작가가 작품을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도 들었다.


거창한 단어와 어구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이 때론 누군가에는 양심의 갈등 문제로, 누군가에게는 은밀한 쾌락의 향연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과는 달리 내 안의 또다른 나는 나를 압도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비난받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중 그 누가 온전히 하이드인 사람이 어딨을까? 내 안의 하이드는 또 얼마나 다를까?

과학과 기술은 하루하루 발전해가지만,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가는 지금의 이 시기가 지킬 박사는 죽어가고 하이드만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같이 실려 있는 작품중 '메리 맨'은 좀 지루했고, '마크하임'은 죄와 벌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으며, '목이 돌아간 재닛' 전설의 고향 같았고, '프랑샤르의 보물'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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