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명 : 로빈슨 크루소

* 지은이 : 다니엘 디포

* 번역자 : 윤혜준(연세대 영문과 교수)

* 출판사 : 을유문화사, 2008년 초판 1쇄

* 독서기간 : 2015. 5. 15. ~ 2015. 7. 7.





너무 지루해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게,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고통스러웠다. 찰스 디킨즈가 울고 갈만할 정도로 너무 길고 장황한 문장들이 대부분이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서너번은 읽어야 해독가능한 문장도 많은 편이어서 책을 읽는 도중에 다른 책으로 넘어갈까 말까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어쨋든 꾸역꾸역 2달 가까운 시간을 들여 완독에 성공했다.


이상한 건 어렸을 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는 매우 재밌었던 기억이 있는데, 내용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은 축약본이었거나 임의로 편역한 책이었던 것 같다. 

작품해설을 보면 로빈슨 크루소가 출판되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이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만한 문체인가는 의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찰스 디킨즈는 정말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풍자를 한건지 아니면 진심을 담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소설 전반적으로 기독교적인 색채가 뚜렷했다.


한편, 로빈슨 크루소가 죽음 직전에서 구해준 원주민인 그 유명한 '프라이데이'의 이름을 '금요일'이라고 직역을 했는데, 사람이름을 굳이 왜 직역을 했는지 의문이다. 그러다보니, 로빈슨 크루소가 프라이데이를 부르는 장면이 "금요일아!"라고 번역되어 읽으면서 좀 웃기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했던 영화 '로빈슨 크루소'가 훨씬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원작과는 내용이 매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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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지은이 : 애거서 크리스티

* 번역자 : 김남주(번역가)

* 출판사 : 황금가지, 2006년 1판 17쇄.

* 독서기간 : 2015. 5. 15. ~ 2015. 6. 11.





거의 20년만에 다시 읽은 소설이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역시 재밌다.


중학생 2학년때 사회과목 선생님이 수업시작하기 전에 10분씩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바로 이 소설이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이야기를 재밌게 하시는지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로부터 거의 3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그 선생님의 성함과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 내 기억으론 27~8살 정도의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키가 작고 약간 새침한 성격에 귀엽게 생긴 분이셨다.


황금가지판은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과 공식출판계약을 맺었다는 판본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원래 Ten Little Niggers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었다가, 미국에서 And Then There Were None으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했다고 한다. 더불어 섬의 이름도 Indian island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Nigger라는 단어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인 듯하다.

이 책에서는 '병정섬'으로 번역했고, 그에 따라 인디언 인형이 아니라 병정인형으로 바뀌었는데, 어떤 이유로 이렇게 번역했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갖는 건 정작 번역자께서 과연 이 책의 원서를 직접 읽어보고 번역을 했는지 여부이다.


【원서】 제1장 Ⅷ

He glanced over at the corner and the slumbering man.

"Had one over the eight." diagnosed Mr. Blore accurately.


【번역본】

그리고 구석의 잠든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 아홉 명 중의 하나겠군」

블로어는 단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문제점】

ⓐ "have one over the eight"는 영국에서 사용하는 속어인데, '술 취하다'라는 표현이다. 영국에서는 맥주 8파인트를 기준으로 평균적 일반인의 과음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는데(1파인트는 대략 0.5리터), 거기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 위 장면은 블로어가 열차 안에서 수첩에 적힌 9명의 명단을 살펴보고 난 후 구석에서 잠든 노인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그 노인은 이 소설에서의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diagnose(진단하다, 분석하다)라는 동사와 accurately(정확하게)를 사용한 것만 봐도 술 취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황금가지판도 해적판인 해문출판사 판본의 엉터리 번역을 아주아주 많이 참고해서(?) 출판한 게 아닌가 싶다. 해문출판사판본도 저렇게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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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하워즈 엔드

* 지은이 : E.M. 포스터

* 번역자 : 고정아(번역가)

* 출판사 : 열린책들, 2010년 세계문학판 1쇄

* 독서기간 : 2015. 4. 24. ~ 2015. 5. 15.





포스터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지만, 나는 별로였다. 사실 이야기 자체도 다소 진부한 내용이고, 우연성이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평면적이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자칫 뻔한 소리와 표현들이 난무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인간의 위선과 허영심, 원초적인 욕망을 날카롭지만 혐오스럽지 않게 도려내는 작가의 글솜씨는 격찬받을 만하다.

내가 별로라고 느낀 것은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번역이 원문의 표현력을 문학성 있게 구현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의 배경은 영국이고 지은이도 영국인이지만, 읽는 사람은 한국인이므로 번역자가 좀 더 맛깔스럽게 번역하는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번역자는 '~한 법이다'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17쪽. 

애정은 열정보다 입이 무겁고 표현도 조심스러운 법이다.

The affections are more reticent than the passions, and their expression more subtle.


37쪽. 

"한때 지나가는 감정"이라 말하면서, 그것이 지나가기 전에는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쉽게 잊는다. 

It is so easy to talk of “passing emotion,” and to forget how vivid the emotion was ere it passed.


90쪽.

때로는 무례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무 필요없이 무례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At times it is necessary, but woe to those who employ it without due need.


141쪽

인생은 진실로 버거운 대상이지만, 그 본질은 전투가 아니다. 인생이 버거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이기 때문이고, 그 본질은 낭만적 아름다움이다.

It is indeed unmanageable, but the essence of it is not a battle. It is unmanageable because it is a romance, and its essence is romantic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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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자기만의 방

* 지은이 : 버지니아 울프

* 번역자 : 오진숙(연세대 강사)

* 출판사 : 솔 출판사, 2004

* 독서기간 : 2015. 4. 14. ~ 2015. 4. 24.



음... 번역이 맘에 안든다. 우리말 어휘 선택, 표현어구의 선택, 문장 구성,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조만간 다른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이 번역본처럼 따분하고 재미없게 강연했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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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지은이 : 루이스 스티븐슨

* 번역자 : 조영학(번역가)

* 출판사 : 열린책들, 2011.

* 독서기간 : 2015. 4. 3.~ 2015. 4. 14.




어린 시절부터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주체로 한 만화영화를 많이 보아 왔고, 또 재밌게 봤던 기억과는 달리, 원작은 예상외로 지루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훤하다.

작품의 주제 의식만큼은 인정할만하지만, 진중한 주제에 비해 비중있는 사건이 많은 편이 아닌데다, 100여쪽도 안되는 분량을 봤을 때, 작가가 작품을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도 들었다.


거창한 단어와 어구로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이 때론 누군가에는 양심의 갈등 문제로, 누군가에게는 은밀한 쾌락의 향연으로 표출될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과는 달리 내 안의 또다른 나는 나를 압도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비난받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중 그 누가 온전히 하이드인 사람이 어딨을까? 내 안의 하이드는 또 얼마나 다를까?

과학과 기술은 하루하루 발전해가지만,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가는 지금의 이 시기가 지킬 박사는 죽어가고 하이드만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같이 실려 있는 작품중 '메리 맨'은 좀 지루했고, '마크하임'은 죄와 벌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으며, '목이 돌아간 재닛' 전설의 고향 같았고, '프랑샤르의 보물'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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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원미동사람들

* 독서기간 : 2015. 3. 27. ~ 2015. 4. 3. 

* 지은이 : 양귀자

* 출판사 : 살림, 2004.





오랜만에 국내소설을 읽었다. 박영규의 '후삼국기'를 끝으로 국내소설을 읽지 않은 지 거의 10여년이 넘었다.


개인적으로 양귀자 작가의 글스타일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리고 특별하다거나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작품은 책장에 꽂혀 있길래 오랜만에 읽어 본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다.

나는 책 읽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작가의 글을 우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이 작품은 20여년전 대학생 시절에도 읽긴 했었는데,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 때와는 사뭇 달랐다.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외국소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할 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하는 서글픔도 밀려온다.

또 한편으로 80년대의 서민의 정서와 지금 2010년대의 서민의 정서는 또다른 의미에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삶의 양극화가 그 시절에 비해 한층 더 심화되었음을 피부로 느낄 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미에 붙어 있는 다른 작가들의 발문들은 정말 별로였다. 과연 글 꽤나 쓴다는 사람들의 글쓰기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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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 프랑켄슈타인

* 독서기간 : 2015. 3. 13. ~ 2015. 3. 27.

* 지은이 : 메리 셀리

* 번역 : 한애경

* 출판사 : 을유문화사


 

 

 


 

약간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SF소설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 작품은 관념소설이다.

어릴 때 봤던 프랑켄슈타인 만화영화와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역자의 작품해설은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삶이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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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먼 멜빌 지음/한지윤 옮김, 필경사 바틀비, 보물창고, 2013. 초판1쇄

- 독서기간 : 2015. 2. 18.~19.


특이한 소설이다. 평범한 장면으로 시작해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등장하여, 선뜻 납득할 수 없는 결말,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에 대한 역자의 해설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작품 속 화자인 변호사를 무슨 악당처럼 해설했는데, 납득되지 않는다. 내 생각으론 바틀비와 변호사는 서로 다른 인물을 나타냈다기 보다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양면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작품이 어떠한 철학을 담고 있는지는 작가 자신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여러 비평가들의 해석은 옥상옥이다. 


이 작품을 그저 단순한 이야기로 접한다 해도, 철학적 담론만큼이나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가 많다. 소설은 그 본질로 대하는 것이 작품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사무실에 바틀비와 같은 사람이 고용되었는데, 나의 업무상 지시에 대해 바틀비처럼 "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짧지 않은 생을 살아오면서 바틀비와 비슷한 사람들을 아주 많이 봤었고, 의외로 이런 류의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은 과연 모두 바틀비인가?




29쪽.

소극적 저항만큼 성실한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것도 없다.

Nothing so aggravates an earnest person as a passive resistance.


35쪽.

가장 중요한 한가지, 그것은 바로 '그는 늘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One prime thing was this — he was always there.


42쪽.

감성적인 사람에게 연민은 왕왕 고통스런 감정이다. 그러한 연민은 충분한 도움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되고, 경험칙에 따라 마음에서 연민의 감정을 지워버리려 애쓰게 된다.

To a sensitive being, pity is not seldom pain. And when at last it is perceived that such pity cannot lead to effectual succor common sense bids the soul be rid of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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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의 회전(헨리제임스 지음/이승은 옮김, 열린책들, 2011.)

- 독서기간 : 2014. 12. 30.~2015.1.9.


제목이 독특하다. 아니 독특하다기 보다는 뭔가 억지스런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제목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던 작품이다.

사실 헨리 제임스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작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10여일 정도 매우 집중해서 읽었지만, 솔직히 그다지 재미 있지는 않았다. 

10여년전에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디 아더스'가 떠올랐다. 니콜 키드만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디 아더스'. 지금도 오싹한 니콜 키드먼이 죽은 자들의 사진을 보는 장면.

'디 아더스'와 이 작품의 분위기가 매우 유사하여 소설 중반부로 가면서 '디 아더스'가 이 책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번역이 매우 형편없다. 등장인물간의 대화나 분위기를 고딕소설에 맞게 번역했어야 했는데, 고딕소설의 맛을 살리지 못했고, 번역자의 국어 어휘력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독서 내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심하게 말해서 고등학생 영어해석 수준의 번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린책들 편집담당부서는 과연 책을 읽어나 보는건지 궁금하다. 오죽하면 이 번역보다는 내가 번역해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작품해설에 언급되어 있는 여러 비평들의 소개글은 그다지 공감가지도 않았고, 되는대로 갖다 붙이는 억지비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이랄까.


좀 더 맛깔난 번역본이 출간되길 기대해본다. 영어에 능통한 장르소설가가 번역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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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처 : 북코아 내 가나북


(1) 리차드 리키, 로저 레윈 지음/김광억 옮김, 오리진, 학원사, 1994, (1,430원)

작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이 책이 언급되어 메모두었다가 생각난 김에 구매했다.

이 책은 고고학과 인류학계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책이라는데, 현재는 절판되었고,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없다. 따라서 이 책은 보물이다.


(2) 버지니아 울프 지음/장지연 옮김, 밤과 낮, 도서출판 모아, 1994. (3,000원)

사실 그다지 내 취향도 아니고 그다지 공감되지도 않고 재미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희안하게 요 몇년간 읽은 책의 대부분이 여성작가들의 작품이었다. 조지 엘리엇,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등.

이 작품도 현재 절판된 책이고, 도서관에만 있는 책이라서 구매했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3) 카슬로우 지음/김금수·조한천 옮김,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형성사 1993. (1,750원)

서구 노동조합의 역사적 전개를 서술한 책이다. 깨알글씨지만 읽어볼 만 한 책인 것 같다. 역시 절판된 책이며, 동네도서관에는 없는 책이다.


(4) 나다니엘 호손 지음/박경선 옮김, 일곱박공의 집, 세계문학, 1994. (1,430원)

내가 읽어본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은 중학생 때 읽었던 '주홍글씨', 교과에서 나왔던 '큰 바위 얼굴', 원서로 읽어던 Young Goodman Brown 이 전부다.

'주홍글씨'는 중학생 때 읽었을 때에는 당시 나의 지적 수준으로서는 작품의 의미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조만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큰 바위 얼굴'은 나름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고, 'Young Goodman Brown'은 아직도 번역본이 없는데, 거의 10여년전에 원서로 읽으면서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Young Goodman Brown'를 접한 이후로 나는 호손은 매우 심오한 세계를 탐구하는 작가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는데, 심오한 것 좋지만 너무 심오하면 범접하기 부담스럽다.

일곱박공의 집은 외국싸이트를 뒤적이다 우연히 알게 된 작품인데, 역시 심오한 내용인 듯하다.


(5) 박충석, 진덕규 지음, 민주주의를 위한 변명, 삼영사, 1987. (1,650원)

정치외교학과 87학번 최** 씨가 서울문고에서 샀다는 표시가 정자체로 속지에 써있다.

책 제목은 많이 들어 봤는데, 이제야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절판된 책이고, 동네 도서관에는 없는 책이었다.


(6) 제인 오스틴 지음/김지숙 옮김, 맨스필드 파크, 움직이는 책, 1999. (2,000원)

고등학생 시절에 '오만과 편견'을 읽고 난 후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작가로 등극한 제인 오스틴. 그런데, 맨스필드 파크를 제외하고는 번역판으로 나와 있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다 읽은 것 같다. 이런 것이 바로 아이러니인가..

맨스필드 파크도 제인 오스틴의 기존 작품의 성향에서는 크게 벗어나진 않는듯 하다.


(7) 아이작 싱어 지음/박원현 옮김, 인간쓰레기, 고려원, 1992. (1,500원)

세상에 책 제목이 이렇게 직설적이며 원색적일 수 있나. 인간쓰레기 라니... 희안하게 통쾌한 기분이 드는 건 또 뭔지.

197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데, 개인적으론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몇년저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 나선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도 별로 기대하지 않지만, 제목이 너무 맘에 들고, 파격적이다. 인간쓰레기...


(8) 엘르 뉴마크 지음/홍현숙 옮김, 비밀의 요리책, 레드박스, 2009. (2,000원)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구매했다. 책에 적혀 있는 작가의 이력을 보니 매우 특이한 분이다. 


(9) 조지 엘리엇 지음/김승순 옮김, 싸일러스 마아너, 창작과비평사, 1992. (1,430원)

"사일러스 마너는 조지 엘리엇 작품 중 가장 재밌는 작품으로 꼽힌다"고 책의 뒷표지에 적혀 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지만...


(10) 올리버 웬델 홈스 2세 지음/임동진 옮김, 보통법, 알토란 출판사, 2012. (5500원)

법학도라면 헌법학 강의시간에 자주 접하게 되는 위대한 반대자 미국연방대법원의 홈즈 대법관의 저작물이다. 

법대 졸업한 지 꽤 되었지만 풋내기 대학생의 사고방식을 많이 바뀌게 한 2학년 헌법학시간에 접했던 홈즈의 현존명백설이론의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 사회 다수가 반대하고 싫어하는 의견이나 주장이더라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이상 자유롭게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논쟁하고 토론하여 국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자하면 이런 이야기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이었을까..

이 책은 일종의 강의록인데, 주로 계약법에 관한 내용이 많다. 상당히 박식한 분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 양반이 91세까지 사셨다니. 뭐..

이 책도 동네 도서관 수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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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카프카 지음/이옥용 옮김, 카프카대표작품선, 보물창고, 2008.

- 독서기간 : 2014. 12. 2. ~ 2014. 12. 10.


대학생일 때 카프카의 '심판'을 10번 정도 읽었던 적이 있었다. 결코 재미가 있어서 여러 번 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오기로 여러 번 읽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은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어야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30대가 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카프카의 소설은 재미가 없다. 카프카의 소설을 재밌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히 허세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의 작품을 한 두 번 읽어봐서는 당췌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가늠할 수 없는 작품이 대다수이다. 그런데, 몇 번 되풀이 해서 차분하게 읽어보면 그의 작품은 "내 속의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부수는 듯한 도끼"이다.


중학교 3학년때 '변신'을 처음 읽었는데, 당시에는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없어서 무척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한번씩 읽었는데, 솔직히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카프카가 40세에 죽었다는데,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변신'을 다시 읽어 보니 사뭇 느끼는 바가 많다. 문학평론가들이 이 작품에 감탄해야 할 것으로 강요하는 그런 류는 아니다.


이 작품에 대해 수천 수백개의 해석이 있다. 비평가들이야 늘 그렇지만 비평가들의 해석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카프카에게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텍스트 하나하나에 병적으로 집착하길 좋아하는 비평가들의 예리한 작품분석이 과연 카프카의 집필의도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전에는 '변신'을 읽으면서도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카프카 자신의 경험이 '변신'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에 대한 성격이나 감정묘사가 간결하고 건조하면서도 섬세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뒷편의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그러했다.


어쩌면 나도 그레고르의 가족들과 같은 행태를 보인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며, 나로 인해 죽은 수많은 그레고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여러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인 '법 앞에서'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카프카의 작품은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 식으로 읽어서는 결코 그 깊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밑줄 -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굵은 빗줄기가 하나하나 다 눈에 보이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도 빗방울이 일일이 다 보였다. "변신", 33쪽.


하지만 지금 아버지는 아주 꼿꼿하게 서 있다. 그는 은행원처럼 황금색 단추가 달린 빳빳한 푸른색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웃옷의 높고 빳빳한 깃 위로는 그의 강렬한 이중턱이 툭 튀어나와 있고, 짙은 눈썹 밑의 검은 두 눈에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변신", 74쪽.


"그레테, 저 방 문 좀 닫거라." 그렇게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 속에 갇힐 때면, 그레고르는 등에 난 상처가 괜시리 쓰려왔다. "변신", 83쪽.


창밖으로 차츰 동이 트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바로 그 순간, 그레고르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푹 꺽였다. 콧구멍에서 그의 마지막 숨결이 흐릿하게 새어 나왔다. "변신", 104쪽.


"누구나 다 법을 얻고자 있는 힘껏 노력하지요. 그 긴 세월 동안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왜 나 혼자밖에 없는 거요?"  법으로 들어가는 문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국 노인이 되어버린 남자가 문지기에게 묻는다. 문지기는 그 남자에게 이미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가물가물하는 그의 귀에 들리게끔 고함을 질러 댄다. "여기서는 아무도 허락을 받을 수 없어. 이 입구는 자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 이제 난 가서 문을 닫아야 겠어." "법 앞에서", 150쪽.


그렇지만 무슨 짓을 해도 내가 느끼는 것은 오로지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출구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161쪽.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자유라는 말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을 너무 자주 하고 있더군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163쪽.


상처입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말하면 말할수록 상처만 더 줄 뿐이다. "선고",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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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힐러맨 지음/장동현 옮김, 시간의 도둑(A thief of time), 고려원, 1993, 초판 1쇄.

- 독서기간 : 2014. 11. 12. ~ 2014. 12. 1.


작년 즈음에 온라인 헌책방에서 구매했던 작품인데,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던 책이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알려진 분은 아닌 것 같다.

추리소설이긴 한데, 전개가 늘어지는 편이라 지루했다. 이런 관계로 300페이지 정도 밖에 안되는 분량인데도 완독에 무려 20일이 걸렸다. 미국 원주민인 나바호족의 유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지명이나 용어, 특히 소설의 표지인 kokopelli에 관한 설명을 찾아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점도 있지만,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책을 펼치고 싶을 정도의 흡입력은 부족한 작품이었다. 

또한 결말 예측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깜짝놀랄만한 반전은 아니어서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번역은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했으나, 여느 번역작품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번역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


37page

데님 천으로 만든 재킷을 걸친 나바호 청년은 무슨 얘기를 해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그러나 턱이 긴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83page

그는 조그맣고 통통한 양손으로 마이크를 통째로 잡고 벼락을 토해 내고 있었다. 


229page

여드름이나 흉터를 남기는 어떤 병에 걸렸었는지 양 볼과 얼굴 중앙에 백여 개는 됨직한 작은 분화구들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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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 로이드 지음/이광래 옮김, 그리스과학사상사, 지성의 샘, 1996, 1판1쇄.


2014. 10. 26. ~ 2014. 11. 11


27page

거의 대부분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사물의 질료인을 문제시했다는 사실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할 때, 우리는 그가 선인들의 생각을 해석했을 뿐이지 기술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32page

밀레토스의 철학자들이 이전의 생각들을 문제시하고 서로의 생각을 비판했던 때의 자유로움은 성장하는 도시국가의 시민들이 가장 좋은 정치체제가 무엇인가를 논쟁했던 때의 정신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이다.


106page

장수(長壽)와 예민한 지성은 양립할 수 없다. 


149page

자연은 심사숙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의 과정에는 어떠한 '목적'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172page

플라톤이 이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감각의 역할을 무시한 데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이라는 것을 복권시켰다. 



이 책은 고대그리스철학계에서는 매우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내용으로 보자 하면 고대 그리스 과학사에 대한 개설서 내지 교양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용이 너무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다. 마치 원고의 초고를 읽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원서의 문제라기 보다는 번역의 문제가 크다.

철학의 대중화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내용은 그동안 여기저기서 보고 들었던 것들이어서 아무래도 내용보다는 번역문체에 신경이 많이 거슬린 면도 있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식의 번역을 왜 그리 남용하는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부록의 성격인 일본의 유명한 수학자 야노 겐타로의 '그리스수학이야기'는 매끄럽게 번역되어 읽기도 쉽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번역 문체를 세련되게 다듬고, 목차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원서에는 없더라도 삽화나 지도를 곁들이면 괜찮은 역사교양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책이 1996년에 번역출간된 책이고, 당시로 보면 열악한 출판사 사정상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책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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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 지음/조기준 옮김, 사회경제사, 삼성출판사, 1982. 중판



막스 베버 만큼 똑똑한 학자도 드물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그에 대한 평가들을 보자면 대부분 찬양 일색이라서 더 의아하다.

사회경제사는 베버의 제자들이 생전 베버의 강의를 노트한 필기를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하던데, 어쩌면 잘못 전달된 것은 하나도 없을까?

사실, 이 정도의 책을 준비없이 읽는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아니 위험하다. 왜냐면 뭘 알아야 맹목적이 아닌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정신이 없는 추종은 광신도다.


- 구매일 : 201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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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파나시 지음/진광엽 옮김, 프랑스행정재판제도, 한길사, 2001.


법학도 중에 행정법 과목을 좋아하는 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허깨비와 숨박꼭질 하는 듯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행정법 교과서를 펼치면, 블랑코 판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프랑스 행정재판제도사가 짧막하게 나온다. 행정재판이 프랑스에서 연원한 제도이기 때문인데, 어느 교과서라도 프랑스 행정재판에 관한 서술은 거기까지다. 그 이후부터는 우리나라 행정법이론으로 포장한 독일행정법의 이론이 나온다.

행정재판은 프랑스에서 연원하는데, 행정법이론은 독일이론을 가져다 쓴다. 우리나라 법학의 현실이 이러하다.

이 책은 프랑스 행정재판제도의 역사에 관한 책이 아니라 현재 프랑스 행정재판제도를 개괄한 책이다. 따라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마치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출간하는 "알기쉬운 재판제도" 정도의 내용이랄까?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제도와 비교해서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따분하기 그지 없는 내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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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지음, 괴테의 사랑과 종교, 세종출판사, 2001.


내가 괴테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이 비교적 또렷하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자마자 처음 읽었던 책이 문고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다. 범우사에서 출간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 기억이 또렷한 이유는 깊은 감명을 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접한 대문호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괴테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채 읽었었다. 그리고 그다지 인상이 깊진 않았다. 그 당시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소설은 심훈의 '상록수'였다.

'파우스트'는 대학2학년 즈음에 처음 접했으나, 솔직히 재미가 별로 없었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였는데, 번역자를 굉장히 욕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괴테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대문호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읽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드니 셀던, 마이클 크라이튼, 존 그리샴, 스티븐 킹 같은 대중작가들의 소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대문호에 대한 감흥은 솔직히 거의 없다. 나의 수준이 그러하다.

작가의 작품에는 아무래도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괴테도 인간인 만큼 그럴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그러한 기대로 이 책을 구매했다.

실존인물을 다룬 글들을 보면 매우 상세하던데, 그 진실성의 한계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 더구나 예전 사람들이라면 자료가 한정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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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林良彰(고바야시 요시야키) 지음/황수철 옮김, 서양경제사의 논쟁과 성과, 동녁, 1987, 재판.


경제사에 관한 여러 논쟁을 그 주장별, 특히 일본학자의 논쟁을 중심으로 정리한 논문이다. 주로 일본 역사 해석과 관련한 쟁점이 대부분이다.

주제별 테마는 다음과 같다.

(1) 고대사에서는 ① 아시아적 생산양식의 경제사적 독자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② 고대게르만적 공동체를 경작지 점유의 평등주의로 볼 것인지, ③ 공화제에서 제정로마로 이행된 시기의 경제체제가 가족경제인가 고대자본주의인가.

(2) 중세사에서는 ① 봉건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관련한 논쟁을 정리한 것인데, 특히 일본학자들은 봉건제가 서양특유의 제도로 보지 않는다고 본다는 구절은 흥미로웠다(43쪽). 그러나 우리나라는 봉건제를 거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과연 봉건제가 일반적 역사적 발전현상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② 영국 봉건제가 과연 노르만디공 윌리엄의 영국 정복에 의해 프랑스의 봉건제가 이식된 것인가, ③ 장원제의 통설적 개념과 장원제의 기원에 대한 논쟁, ④ 장원제 붕괴시기론, ⑤ 중세상공업은 로마제국시대의 상공업과 연결된 것인가 단절된 것인가, ⑥ 영국의 초기산업혁명이론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⑦ 절대주의에 개념.

(3) 영국혁명사에 관련하여, ① 영국절대주의의 성격에 관한 논쟁, ② 혁명과정에서 젠트리의 역할에 관한 논쟁, ③ 상업자본과 산업자본의 관계, ④ 왕당파의 영지가 부르조아지의 수중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가, ⑤ 영국혁명은 정치적 사건에 불과한가 경제적 사건인가

(4) 프랑스혁명과 관련하여, ① 프랑스 절대주의, ② 토지문제, ③ 상업자본과 산업자본, ④ 계급대립, ⑤ 프랑스혁명의 성과.

(5)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① 중상주의, ② 상업자본, ③ 산업혁명의 개시시점

(6) 네덜란드 독립전쟁

(7) 미국의  독립혁명, 남북전쟁, 산업혁명

(8) 독일의 3월혁명과 융커, 독일통일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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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스 지음/나상민 옮김, 공상에서 과학으로, 도서출판 새날 1990, 초판.


굉장히 어려운 내용일 것 같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설명이나 주석이 잘 정리되어 있다.

편역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표시가 없는 점은 매우 아쉽다. 아마도 이 책이 출간될 때의 시대상황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는지도 모른다.

내용의 편향성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객관적인 관점으로 읽어보면 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쪽수는 108페이지 정도이지만, 본문은 70페이지 정도다.

이 책은 2006년에 새로운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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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빈토플러 지음/이규행 감역, 제3물결, 한국경제신문사, 1996, 1판42쇄.


대학다닐 때 리포트를 쓰기 위해 날림으로 읽었던 제3물결.

사회가 돌아가는 판국에 대하여 나름 알아갈 나이가 되어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3물결 번역본이 여러 종류가 있고, 대학다닐 때 어떤 번역본을 읽었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출판독점권을 가진 한경신문사 판본이 낫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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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퇴계, 김성한, 예음, 1993, 초판2쇄



몇달전에 장기근 번역의 "퇴계선집"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기대승과의 서신내용과 상소문 등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와닿는 내용은 없었다. 퇴계선집에 실려 있는 내용들의 과반은 요즘 시쳇말로 점잖은 선비질(?)이었는데, 그게 정말 퇴계의 본심인 것인지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별 상관도 없는 이기론에 관한 기대승과의 서신 내용은 솔직히 이해도 안 갈 뿐더러 같잖은 성리학이 우리나라를 이 꼬라지로 만들어 놓은 원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뭐 이런 것들이야 나의 생각일 뿐이고, 여러 다른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퇴계에 관한 소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찾아 보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아직 이 소설을 읽지는 못했으나,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김성한 이라는 소설가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데, 나름 경력이 꽤 화려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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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Ⅰ. 경제사 입문"과 "Ⅱ. 자본주의의 역사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학자들의 책을 번역하여 재구성한 경제사 입문서이다.


"Ⅰ. 경제사입문"은 近藤哲生(곤도테츠오)와 鹽澤君夫(오자와기미오)의 공저 "經濟史入門"을 초역하고, "Ⅱ. 자본주의의 역사구조"는 "副塚良三(부츠카료조"의 "經濟分析入門 ", 湯淺赳男(유아사다께오)의 "제3세계의 경제구조", 浦野起央(우라노다쓰오)의 "제3세계의 정치학", 久保田順(쿠보타준)의 "세계경제론", 淺野榮一(아사오에이치)의 "경제정책사상" 등을 요약·발췌했다고 한다.


편역자는 김준호(현 대전대 교수)로 되어 있지만, 당시 학생운동으로 수배중이던 김균(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 김준호의 동의아래 그의 이름을 빌려 출간한 것이라 한다(관련기사).


쪽수는 211쪽에 불과하지만, 이 책이 요즘에 출간된다면 400쪽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 만큼 요즘 나오는 책들은 여백의 미(?)를 한껏 활용한 거품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오히려 70~80년대의 책들이 정직했던 것 같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화려한 요즘의 책들을 보면 과연 출판시장의 본질적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솔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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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 : 감옥의 역사

[지은이] Michel Foucault

[옮긴이] 오생근

[출판사] (주)나남

[판본] 20080105 재판 8쇄

[ISBN] 9788930032483

[책가격] 20,000원

[구입일] 20110906

[읽은기간] 20140813 ~ 20141010


<밑줄>


45page

중죄와 경범죄라고 하는 명칭에 의해서 항상 사람들은 형법전이 규정하는 법률적 객체를 재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은 정념, 본능, 비정상, 불구, 부적응, 환경 혹은 유전의 영향을 재판하는 것이다.


59page

어쩌면 권력이 광인을 만든다거나 거꾸로 권력을 버리는 것이 지식인이 될 수 있는 여러 조건의 하나라는 그러한 생각을 버려야 할 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권력은 어떠한 지식을 창출한다는 점이며, 권력과 지식은 상호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고, 또한 어떤 지식의 영역과의 상관관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권력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권력적 관계를 상정하거나 구성하지 않는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69page

형벌로서의 신체형은 신체에 대한 마구잡이식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분화한 고통을 창출해내는 일이며, 형벌의 희생자들을 낙인찍고 처벌하는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조직된 의식이지, 자기가 세운 원칙을 잊고 무절제하게 표현되는 사법권력의 분노는 아닌 것이다. 신체형의 극단성에는 권력의 경제학이라는 모든 논리가 담겨있다.


120page

추리문학의 탄생에 의해서 사라지는 것은 앞에서의 전단만이 아니다. 투박한 범죄자의 영광과 신체형에 의한 어두운 영웅시의 풍조가 사라진 것이다. 민중적 인간이란 너무나 단순하기 때문에 미묘한 진실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 이 새로운 문학양식에서는 이미 민중적 영웅도, 대규모적인 처형도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서 인간은 악한이지만 영리한 존재이다.


135page

형벌제도에 관한 새로운 법이론은 처벌권의 새로운 '정치경제학'의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개혁'이 왜 단일한 출발점을 갖고 있지 않게 되었나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144page

형벌의 개혁은 군주의 초권력에 대항하는 싸움과 실행되고 묵인된 위법행위를 일삼는 하층 권력에 대항하는 싸움의 접합점에서 태어난 것이다. 또한 그 개혁이 임기응변적인 경우에 생긴 일시적인 성과로 그치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초권력과 하위권력 사이에 모든 관계망이 잘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150page

이제 법은 '자연본성에서 벗어나는' 인간을 '인간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으로 되는데, 그것의 동기는 범죄자의 내면에 깊숙이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초래하는 여러 결과들에 대한 필연적인 조절에 기인한다. 이 '경제적' 합리성이야말로 형벌의 척도가 되고, 그것의 정비된 기술을 규정하게 하는 근거이다. '인간성'이란 이러한 경제성과 그것에 의한 면밀한 계산에 부여된 명칭이다.

 

166page

어리석은 전제군주는 노예들을 쇠사슬로 구석할지 모르지만, 참된 정치가는 그것보다는 훨씬 더 강하게 관념의 사슬로 노예들을 구속한다. 정치가가 사슬의 한쪽 끝을 붙잡아 두는 것은 이성이라는 고정된 측면이다. 또한 그 사실은 우리가 그 구조를 모르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단단히 조여드는 것이다. (J. M. Servan, "Discours sur l'administration de la Justice Criminelle 범죄사법행정에 관한 논설", 35면)


206page

범법행위에 대처하는 데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사회계약상의 법적 주체를 재구성하는 것과, 그 어떤 권력의 일반적이며 동시에 세부적인 모든 형식에 순응하는 복종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216page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케 하고, 체력의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체력에 순종-효용의 관계를 강제하는 이러한 방법을 바로 규율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217page

경제적 착취가 노동력과 노동생산물을 분리한다면, 규율에 의한 강제력은 증가되는 소질과 확대되는 지배 사이의 구속관계를 신체를 통해 확립해 두는 것이다.


219page

건축에 대한 안목만 있어서는 안 된다. 돌을 깍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le marchal de saxe).


234page

일람표의 작성은 18세기 과학·정치·경제의 기술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였다. 예를 들면 그것은 식물원이나 동물원을 정비하고, 동시에 생물체의 합리적 분류체계를 세우고, 상품과 화폐의 유통을 관찰하고, 통제하고, 조정하며 그것을 통하여 부(富)의 원리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경제표를 만드는 일이다.


 

243page

전통적 형태의 시간표를 지탱하던 원리는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나태를 불허하는 원칙이었다. 즉, 신에 의해서 계산되고 인간에 의해 지불되는 시간의 낭비는 금지되었고, 시간표는 도덕적 과오이며 경제적 불성실이라 할 수 있는 낭비의 위험을 막아야 했다. 한편 규율은 긍정적 관리를 그 목표로 삼으로 적극적 경제 시간의, 이론상으로 항상 증대되어 가는, 이용의 원리를 세운다. 즉, 시간을 사용하기보다 완전히 소비시켜 버리는 것이다. 


279page

규율·훈련의 위계질서화된 감시를 통해 권력은, 하나의 물건으로서 소유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소유물로서 양도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작용한다. 또한 그 권력의 피라미드형의 조직이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장치의 전체구조가 '권력'을 만들어내고, 영속적이고 연속된 영역 안에서 개개인을 분류해 두는 것이다. 그 결과, 규율 중심적 권력은 완전히 공개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은밀한 것일 수도 있다.


420page

법이 만인의 이름으로 만인을 위해 만들어진다고 믿는 것은 위선이거나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법은 일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다른 일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435page

범죄사건으로 채워진 사회면 기사는 매일같이 장황한 필치를 통해, 사회를 분할하여 감시하는 사법과 경찰 차원의 통제책 전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그 전쟁에서 경종 또는 승리에 관한 일지를 만든다.

 


<후기>


이 책이 유명한 책이고, 식자들이 필독을 권하는 책이긴 해도 솔직히 잘 이해하지도 못한 주제에 "나 이런 어려운 책도 읽었다" 라는 식으로 자랑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솔직히 이 책의 본문내용 절반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저녁 죽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밥을 굶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이 서울대권장도서 100선에 선정되어 있는 것에 어이가 없다. 대학생들에게는 권장도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울대권장도서 목록의 파급력은 대학생이 아니라 대입수험생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서울대 논술시험 대비랍시고 이 책을 고등학생들에게 필독서라고 추천하는 어처구니 없는 글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글을 쓴 사람은 과연 이 책을 읽어나 보았을까?

하긴 한스 켈젠의 "순수법학"도 고등학생을 위한 권장도서에 끼워 놨던데, 세상에나 "순수법학"을 몇 명이나 읽어 봤다고 권장도서란 말인가? "순수법학"은 한국어번역판이 2000년인가에 출간되었고, 그나마도 절판된지 최소 5년은 넘었고, 법학전공자들도 몇 년을 제대로 공부해야 겨우 이해할까 말까 한 내용이다. 이 정도라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어디서 주워 들은 유명한 책이라는 이유로 권장도서랍시고 적어 놓은 게 분명하다. 

심지어는 W. Blackstone의 영국법주해를 예비대학생을 위한 추천도서라면서 올려 놓은 글도 본 적이 있다. 추천자는 아직 번역도 안된 책을 원서로 읽었다는 것인가? 18세기 법률서적을 영어원서로 읽는다고? 우리나라 법학자들 중에 "영국법주해"를 제대로 읽어나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려나?

아무튼 유식한 척하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전통인가 아니면 동서를 막론한 식자들의 보편적 허세인가.


본격적으로 이 책에 대한 후기를 쓴다.


우선, 역자의 번역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스럽다. 내가 읽어본 번역서 중 워스트 5에 꼽는다.

역자가 직접 번역한 것인지, 혹시 제자들한테 시켜서 자기 이름을 내세운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이 간다.

 

이 책의 번역본으로는 영남대 법학과 박홍규 교수의 번역본도 있지만, 몇 년전 박홍규 교수의 "돈키호테 처럼 미쳐?"라는 책을 읽다가 같은 한국사람인데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미쳐버릴 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애당초 선택할 생각도 안했으며, 더구나 지금은 절판되어 출간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우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났다.


원서의 내용이 사회학과 법학, 정치학 분야에 대한 소양이 상당히 필요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용어의 선택을 보자면 ─ 역자에게는 죄송스럽지만 ─ 자는 이 분야에 대한 소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적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그 적합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문장이 상당히 많았다. 이렇다보니, 본문 자체를 물흐르듯 읽기가 어려워 책의 내용 파악과 의미 인식에 상당히 곤란을 겪었다. 

자기 전공이 아닌 분야를 번역하는 경우라면 아무리 불어가 자신의 전공외국어라 해도 책 내용이 속해 있는 전공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번역에 대한 감수를 받고 출간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다면 "절도에 따른 살인"이라는 이상한 표현(p.189)은 "강도살인"으로 번역되었을 것이다. 인용문의 원전인 P. Colquhoun의 "A treatise on the police of the Metropolis" p.65를 보면 "Murder,—with an intention to rob or steal the property of the person, or other property intrusted to his care."로 되어 있는데, 법리상 절도범행 도중 피해자에게 발각되어 피해자를 살해하면 강도살인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본다.

p.200의 "형의 선고 및 그 근거는 만인에게 알려야 하겠지만, 그 반대로 형벌의 시행은 비밀리에 이루어져야 한다" 는 문장도 번역감수를 거쳤다면 "형의 선고 및 그 이유는 공개되어야 하겠지만, 형벌은 비밀리에 집행되어야 한다"는 문장으로 수정되었을 것이다. 왜냐면 이런 표현이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법률용어 및 법학적 문장이기 때문이다.

P. 203의 "형벌의 목적은 최고의 존재인 신에게 결정을 맡겨야 할 범죄의 대가가 아니라, 같은 종류의 범행을 방지하는 일이다(W. Blackstone, "As to the end, or final cause of human punishments. This is not by way of atonement or expiation for the crime committed; for that must be left to the just determination of the supreme being: but as a precaution against future offenses of the same kind.)"의 경우 "형벌의 목적은 범죄의 대가가 아니다"라는 번역은 어딘가 어색하다. 이 문장도 "형벌의 궁극적 목적은 범죄에 대한 ─ 신의 결정영역으로 남겨진 ─ 응보가 아니라, 장래 발생할 동종범죄의 예방에 있다" 로 번역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법학적 문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니라면 똑똑한 사람들이니 관련분야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번역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학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역자에 국한된 비판이 아니다. 외국문학을 전공했다는 교수들이 번역했다는 문학작품의 경우 자질이 의심될 정도의 무성의한 번역이 상당히 많아서 대학교수들이 번역한 외국문학작품은 가급적 구매목록에서 제외한다. 오히려 전문번역가의 번역이 문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들의 번역보다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문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장도 제대로 못쓰면서 대학교수라는 권위를 내세워 저질번역으로 문학작품을 훼손하는 작태는 삼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둘째, 역자는 이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 같지 않다.

사학전공자가 쓴 고대그리스법제사라는 책에 대해 서울대 법대 최병조 교수가 용어선택과 법제사의 이해도에 대해 매우 신랄하게 비판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러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자는 해당분야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 보일 뿐만 아니라 가독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같다. 번역작업 완성후 주위 사람들에게 결과물을 읽어 보게는 했을까?

책의 내용을 역자 자신은 과연 이해한 것인지도 솔직히 의심스럽다. 다른 이들에게, 더구나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타인의 생각을 번역해서 전달하고자 한다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수십번 문장을 가다듬고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통상적인 의미로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 함이 학자적 양심에 부합할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본격 학술논문도 아니다. 대학졸업 정도의 교양이 있는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문장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아 독서의 흐름이 자주 끊어지고, 이로 인해 어쩌면 원저자가 말하고 하는 내용이 잘못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문단을 몇 개 꼽아 본다.

 

p. 151

처벌의 이러한 정치기술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범죄의 극한적인 사례, 최대한의 것, 즉 가장 존중해야 할 형태의 법을 모두 위반하는 대역죄라는 것을 상정해보자. 그것은 매우 특이한 상황에서 완전히 비밀리에, 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모든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일회적이고 그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하여 일어날 리가 없는 행위가 된다. 아무도 그것을 모방할 수 없고, 아무도 그것을 본보기로 삼거나, 그러한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없다.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제도 안에서의 "범죄의 극단성"에 관한 우화는, 과거의 형벌제도 속에서 원죄가 차지하고 있던 의미, 즉 형벌의 근거가 나타나는 순수한 형식으로서의 의미와 같다.

 

위 문단의 전반부는 "(경제적 합리성을 형벌의 척도로 삼는) 처벌의 정치기술론을 이해하기 위해, 법질서에 대한 최악의 범죄로 대역죄를 상정해 보자. (이 논리에 따르면) 이 은밀한 범죄는 결국 일회성이므로 모방가능성이 없고, 재범의 우려도 없으며, 휘발성이므로 비난받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대충 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후반부 문장을 분석해보자면 "새로운 제도안에서의 범죄의 극단성에 관한 우화의 의미 = 과거 형벌제도 속에서 원죄가 차지하고 있던 의미 = 형벌의 근거가 나타나는 순수형식으로서의 의미"라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중간에 뭔가 빠진 문장이 있는 것 같고, 글의 흐름을 유추해 보았을 때 "범죄의 극단성에 관한 우화"가 아니라 "범죄의 처벌에 관한 극단적 우화"가 아닐까 싶다.

"과거형벌제도 속에서 원죄가 차지하고 있던 의미"와 "형벌의 근거가 나타나는 순수형식으로서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앞 부분에서 놓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어쨋든 위와 같은 식의 불완전한 문장 조합으로 의심되는 문단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또 다른 문단을 보자.


p. 206

철저한 시간표에 의한 품행교육, 좋은 습관 들이기, 신체의 구속은 모두 벌을 받는 자와 벌하는 자 사이의 극히 특별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관계는 공개적 형벌의 의미를 무용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 차원의 관계이다. 왜냐면, 이 관계는 공개적 형벌을 적극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문장 역시 몇 번을 읽어 보아도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Alan Sheridan 영역본을 다운받아서 해당부분을 찾아 보았다.


Alan Sheridan 옮김, p. 129

The training of behaviour by a full time-table, the acquisition of habits, the constraints of the body imply a very special relation between the individual who is punished and the individual who punishes him. It is a relation that not only renders the dimension of the spectacle useless: it excludes it.

시간표에 따른 행동훈련, 습관들이기, 신체 통제는 형벌집행자와 피집행자 사이의 매우 특별한 관계를 시사한다. 양자의 관계는 대중의 구경거리로 벌이는 형벌집행을 단순히 쓸데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배제시킨다.


한국어 번역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점을 영역본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히"라는 부사어 하나가 빠지면 의미전달이 달라진다. 이러한 유사사례의 문장이 상당히 많았고, 뿐만 아니라 당췌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10번을 읽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문장도 너무 많았다.


셋째, 미셀 푸코는 뛰어난 사상가 내지 학자일지는 몰라도 글을 잘 쓰는 문장가는 결코 아닌 것 같다. 번역자 역시 역자서문에서 "푸코 특유의 '난삽한 어법' 때문에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푸코의 난삽한 어법이라기 보다는 푸코의 언어기호체계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분석하고 연구한 사람들이 저자 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짜증난 것은 문장 구성방식이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문단을 읽다 보면 이 문단이 어떤 이(예를 들자면 Beccaria)의 글을 단순 인용해서 끼워 넣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인용한 문장처럼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인용문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 책의 전반적인 문장이 이런 식이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망망대해에서 홀로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어 다시 몇 십페이지를 되돌아 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거의 두달 가까이 이 책만 붙들고 읽었는데, 내 머리속에서 분출한 짜증이 18리터 생수통을 여러 개 채웠을 것이다.

 

넷째,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권력의 감시하에 놓여 있는 감옥에 살고 있으며 감시와 피감시자 모두 권력의 감시하에 있다. 그리고 권력의 행사 형태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개인은 권력에 순종적인 개체로 전락하고 있다." 이것이 저자의 해석인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비유적인 면에서 전적으로 수긍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가 제시하는 여러 논증자료의 해석에 관해서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양반은 뭐 이런 걸 이렇게까지 해석하는가 하는 감탄(?)마저 나오기도 했다(예를 들면 일람표 작성이나 학교에서의 시간표 작성 등도 권력행사의 한 양태라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이 양반은 무정부주의자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여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소리인지?' 하는 결론없는 물음에 계속 시달리다가 '나의 이해력이 딸리는 것인가'하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시험제도에 관해서 푸코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p.300

시험이야말로 위계질서적인 감시와 규격화에 따른 처벌을 결합시키면서 배분과 분류, 힘과 시간의 양에 대한 최대한도의 이용,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자료축적, 적성에 대한 최적의 조립효과 등 주요한 중심적인 기능을 확보한다. 따라서 그것은 독방중심적이고 유기체적이며, 단계적이고 조립식인 한 개인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어렵지 않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어색한 단어 조합으로 난해하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시험은 개인에 대한 감시 기능과 규격화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일면 시험제도에 그러한 점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면서 살아간다"는 명제를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한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감시기능과 규격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사회제도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법학, 철학, 사회학의 복합영역이라 할 수 있는 형사정책론 내지 형벌이론사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형벌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응보에서 범죄자의 개조로 변화했다는 내용, 형벌은 권력의 정치적 전술의 하나라는 점 등은 지금은 일반상식화 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 내용들은 푸코 이전에 활동하던 형법학자들도 많이 주장하던 내용이므로 온전히 푸코의 공헌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근대적 합리성과 이성의 억압성에 관한 푸코의 날카로운 재해석은 곱씹어 볼만했다.

특히 역사적으로 전개된 인간의 활동, 특히 형벌의 집행, 또한 형벌에 관한 근대의 사상적 발전에 관한 기존 학계의 고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은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법학계에서는 근대 형벌은 이념의 역사적 발전에서 연원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푸코는 근대 형벌은 이념의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적 기술의 역할 변화로 해석한다.

하지만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이 논리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는데, 푸코는 이에 대한 논리적 비판은 생략해 버리고 자신의 해석만 제시한다. 논지의 전개가 대부분 이런 식이다보니 견강부회라는 느낌도 없지 않았고,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편협한 해석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많은 편이었다. 특히 인간의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권력과 통제의 기술적 요소로 귀결된다는 식의 해석은 너무 단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의문이 생겼다.

내가 푸코의 이론을 비판할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지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푸코의 모든 이론이 그 누구도 반박불가한 진실 내지 진리일 수는 없으며, 내가 그의 광신도가 아닌 이상 그의 모든 것을 찬양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말 그대로 "누구가 한 말이든 개소리는 개소리일 뿐"이니까. 

물론 미셀 푸코의 주장이 개소리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일응 동의한다고 해서 그가 내세운 모든 논증과 해석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추종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번역판이 개정된다면 개정판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은 있지만, 너무 고생하면서 읽은 까닭에 이 책을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식자들은 위선의 탈을 벗어야 진정한 지성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네도 권력의 혜택을 맛보고, 권력을 한껏 누리면서 마치 일반 피지배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의로운 기사인양 위세 떠는 작태는 진정 역겹다. 이런 행태 역시 다른 형식의 권력행사이다.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말을 쏟아내면서, 또 일반인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식자들 전용어쏟아내는 그 이면에 온갖 추잡한 행태,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 거리는 위선적인 식자들을 많이 보아 왔다. 진보니 보수니 따위와는 무관하다.

푸코가 어떤 사람이었지는 오로지 푸코 자신만 알겠지만, 그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난 식자가 아니니까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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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 : 고도를 기다리며

+ 지은이 : Samuel Beckett

+ 번역자 : 오증자

+ 출판사 : 민음사, 2012년 1판52쇄

+ 읽은 기간 : 2013. 7. 2. ~ 2013. 7. 25.

 

 

 


 

1993년 대학교 1학년 학생일 때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민음사 판본은 아니었고 다른 출판사였는데, 그 때는 워낙 책을 다독하던 시절이었고, 무작정 덤벼 들었던 시절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어리석은 책읽기 방식이었다.

일반적으로 내 나이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내가 올바른(?) 책 읽기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탓도 있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요즘처럼 책을 쉽게 구해서 읽을 수 있었던 시절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도서관이 동네에 하나씩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중고등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는 학교도 거의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독서에 대한 체계적 교육없이 손에 잡히는 책이라면 그저 읽어대기에 급급했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책읽기 환경은 최적인데, 올바른 독서교육은 매우 빈약한 것 같다.

물론 무엇이 올바른 독서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아무튼 무작정 들이대는 독서는 피해야 하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20년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이 책의 내용 및 의도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20여년동안 책 읽기에 관한 한 나는 나아진게 별로 없는걸까?

이 책에 관한 여러 평들에 의하면 부조리극의 정수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나는 그러한 극찬들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수준이 그러하다. 부조리극이 의미하는 바도 모르겠다. 카프카의 <심판>과 같은 것인가?

솔직히 이 책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교양인들이 이 책에 대하여 또는 이 연극에 대하여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희곡에 대한 이해부족일 수도 있고, 철학적 사고의 빈약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근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20년이 지난 후에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재밌어서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어려워서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면 학술서적이 아닌 바에야 강제노동에 다름없다.

난 이 책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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